관련글: 가위, http://pssc.egloos.com/1473777
즐겨 찾는 ryan님의 블로그에서 '가위'에 관한 글을 읽었다. 글을 읽다 보니 과연 이런 현상에 대해 사전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글을 쓰기도 전에 잡담만 늘어 놓게 됐구만.
살아 오면서 지금껏 딱 한 번 가위에 눌린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주 가위에 눌린다는데, 난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으니 가위에 눌린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지기도 했었다. 보통은 몸이 좋지 않을 때 가위에 눌리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지금도 간혹은 그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아니, 몸 상태는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심리적인 상태는 지금까지 살았던 인생에서 가장 불안하던 때였다.
2002년 여름. 온 나라가 월드컵 열풍에 빠져 있던 그 때. 모두들 기쁨에 들떠 환호성을 내지르던 때였지만 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2002년이 되자마자 4년 동안 몸담았던 연구실을 떠나 새 연구실로 둥지를 트게 되었다. 완전히 다른 분야. 생소하기만 한 그곳에서 모든 일을 하나 하나 새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채 세 달도 되기 전에 새로 옮긴 연구실이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힘들게 힘들게 새로 시작한 길인데, 발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암담한 내일이 비쳤고, 그로 인해 1년을 고민 속에서 헤매게 되었다. 그나마 나를 지탱해 주던 건 가끔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다였을 뿐. 그들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그 한 해를 버텨 나갈 수 있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암담한 시절이었다.
어느 초여름날 밤(으로 기억한다). 기숙사 생활. 기숙사 생활은 언제나 그렇듯이 참 따분하다. 기숙사에서 잠시 텔레비전을 보며 놀다가 정규 방송이 끝나면 잠들곤 했었다. (뭐, 사실 밤늦게 기숙사에 들어가면 재미있는 방송도 잘 안 하지만.) 방문을 열면 좌우에 침대가 하나씩 놓여 있는데, 왼쪽에 놓인 침대가 내 것이었다. 당시 룸메이트였던 배근이 형은 연구실에서 자주 밤을 샜고, 그날도 아니나 다를까, 나만 기숙사에 홀로 있었다. 오늘도 오른쪽 침대는 비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몸이 무겁다. 누군가가 나를 누르는 느낌이다. 오호라! 이게 소위 가위 눌린다는 느낌인가? 무게가 얼마나 되려나···? 한, 40~50kg 정도? 날씬한 여자구나. 아니면 어린애인가? 지금 생각해 보니, 난 자면서도 별 생각을 다한다.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깜깜한 방, 저 발 아래 창가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리고 내 눈 바로 앞에 희미한 사람 그림자가 있다. 여자의 형상이다. 아닌가? 어쨌든 느낌에는 여자다. 두 팔로 내 두 팔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 다리는···. 다리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때 그 형상의 다리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 뭐, 내 다리를 밟고 있었겠지. 나를 쳐다보는 건가? 얼굴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형상은 잘 모르겠다.
가위에 눌리면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는데, 왜 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몸은? 아니나 다를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황하는 건가? 눈동자는 움직이려나?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돌려 봤다. 룸메이트의 침대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아직 안 들어왔네. 오늘도 밤새려나 보다.
뭐,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난 정말 언제 어디서나 잔다. 가위 눌렸다고 별 다른 게 있을까? 피곤하다. 자야 하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손가락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까딱까딱. 어쩐지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손으로 휘휘 저었다. "저리 가, 귀찮아." 어라? 저렇게 쉽게 사라지다니···. 그러고는 잠들었다.
이게 내가 가위 눌렸던 유일한 경험담이다.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누가 내 잠을 방해하는 건 정말 싫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가위'에 관해 검색해 보았더니, 정확한 용어가 있다. 바로 '수면마비(sleep paralysis)'이다. 램(REM, Rapid Eye Movement)수면 중에 자주 발생하며 신체의 근육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난 상태라···. 뭐야? 그럼 결국 꿈이랑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인가? 역시 사람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나 보다. 꿈을 꾸고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겠지?
내가 정말 싫어하는 건,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경우다. 종아리가 끊어져 나갈 듯 아픈 경우가 가끔 있다. 다리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 경우에 생긴다고 한다. 어쨌건 나의 달콤한 잠을 방해하는 녀석들, 용서하지 않겠다!
즐겨 찾는 ryan님의 블로그에서 '가위'에 관한 글을 읽었다. 글을 읽다 보니 과연 이런 현상에 대해 사전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가위2 a nightmare
가위에 눌리다 have a nightmare; suffer from[be troubled by] a nightmare; have a horrible dream
흠···. 아무리 봐도 이건 그 느낌이 아닌데···.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
hallucination
이건 뭐랄까···. 몸이 아파서 헛것이 보인다거나, 약물로 인한 환영이라···. 아무튼 이 느낌도 아니다. 사전의 유의어를 살펴 보니 bogy, bugbear, bugaboo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 역시 '가위'라는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럴 땐 내 영어 실력이 개탄스럽다.- A hallucination is the experience of seeing something that is not really there because you are ill or have taken a drug.
- A hallucination is something that is not real that someone sees because they are ill or have taken a drug.
출처: Collins Cobuild Dictionary
글을 쓰기도 전에 잡담만 늘어 놓게 됐구만.
살아 오면서 지금껏 딱 한 번 가위에 눌린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주 가위에 눌린다는데, 난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으니 가위에 눌린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지기도 했었다. 보통은 몸이 좋지 않을 때 가위에 눌리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지금도 간혹은 그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아니, 몸 상태는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심리적인 상태는 지금까지 살았던 인생에서 가장 불안하던 때였다.
2002년 여름. 온 나라가 월드컵 열풍에 빠져 있던 그 때. 모두들 기쁨에 들떠 환호성을 내지르던 때였지만 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2002년이 되자마자 4년 동안 몸담았던 연구실을 떠나 새 연구실로 둥지를 트게 되었다. 완전히 다른 분야. 생소하기만 한 그곳에서 모든 일을 하나 하나 새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채 세 달도 되기 전에 새로 옮긴 연구실이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힘들게 힘들게 새로 시작한 길인데, 발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암담한 내일이 비쳤고, 그로 인해 1년을 고민 속에서 헤매게 되었다. 그나마 나를 지탱해 주던 건 가끔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다였을 뿐. 그들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그 한 해를 버텨 나갈 수 있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암담한 시절이었다.
어느 초여름날 밤(으로 기억한다). 기숙사 생활. 기숙사 생활은 언제나 그렇듯이 참 따분하다. 기숙사에서 잠시 텔레비전을 보며 놀다가 정규 방송이 끝나면 잠들곤 했었다. (뭐, 사실 밤늦게 기숙사에 들어가면 재미있는 방송도 잘 안 하지만.) 방문을 열면 좌우에 침대가 하나씩 놓여 있는데, 왼쪽에 놓인 침대가 내 것이었다. 당시 룸메이트였던 배근이 형은 연구실에서 자주 밤을 샜고, 그날도 아니나 다를까, 나만 기숙사에 홀로 있었다. 오늘도 오른쪽 침대는 비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몸이 무겁다. 누군가가 나를 누르는 느낌이다. 오호라! 이게 소위 가위 눌린다는 느낌인가? 무게가 얼마나 되려나···? 한, 40~50kg 정도? 날씬한 여자구나. 아니면 어린애인가? 지금 생각해 보니, 난 자면서도 별 생각을 다한다.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깜깜한 방, 저 발 아래 창가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리고 내 눈 바로 앞에 희미한 사람 그림자가 있다. 여자의 형상이다. 아닌가? 어쨌든 느낌에는 여자다. 두 팔로 내 두 팔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 다리는···. 다리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때 그 형상의 다리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 뭐, 내 다리를 밟고 있었겠지. 나를 쳐다보는 건가? 얼굴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형상은 잘 모르겠다.
가위에 눌리면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는데, 왜 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몸은? 아니나 다를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황하는 건가? 눈동자는 움직이려나?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돌려 봤다. 룸메이트의 침대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아직 안 들어왔네. 오늘도 밤새려나 보다.
뭐,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난 정말 언제 어디서나 잔다. 가위 눌렸다고 별 다른 게 있을까? 피곤하다. 자야 하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손가락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까딱까딱. 어쩐지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손으로 휘휘 저었다. "저리 가, 귀찮아." 어라? 저렇게 쉽게 사라지다니···. 그러고는 잠들었다.
이게 내가 가위 눌렸던 유일한 경험담이다.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누가 내 잠을 방해하는 건 정말 싫기 때문에···.
덧붙임글 하나
인터넷에서 '가위'에 관해 검색해 보았더니, 정확한 용어가 있다. 바로 '수면마비(sleep paralysis)'이다. 램(REM, Rapid Eye Movement)수면 중에 자주 발생하며 신체의 근육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난 상태라···. 뭐야? 그럼 결국 꿈이랑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인가? 역시 사람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나 보다. 꿈을 꾸고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겠지?
가위눌림, 수면마비
"가위 눌린다"는 의학적으로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고 합니다. 수면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단독성 수면마비로 가위 눌리는 것만 나타나는 경우고, 둘째는 낮에 매우 졸리는 기면병의 한 증상으로 수면마비가 동반됩니다. 셋째는 밤에 잘 때 다른 수면장애로 인하여 자주 깰 수 있는데 램수면 중에 깨면 가위 눌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각 원인에 따라서 치료도 다릅니다. 우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수면장애클리닉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가위눌림'이란 램수면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정상적으로 램수면 중에는 호흡근육과 눈을 움직이는 안근육을 제외한 인체의 모든 근육의 힘이 빠집니다. 그리고 뇌파에서는 낮은 전위의 파형(졸린 상태와 비슷한)이 관찰되고 눈이 빨리 움직이는 급속 안구 운동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램수면중에는 뇌파가 졸린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수면의 단계에 비해 쉽게 깨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가위눌림은 램수면중에 신체의 근육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이 깨어난 상태를 말하며 이때에는 정신은 깨어 났지만 아직 몸은 마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의식은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가위눌림은 정상인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따라서 가위눌림이 있다고 해서 비정상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위눌림은 기면병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잘 동반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위눌림증 외에 다른 증상(예를 들어 주간수면과다증, 탈력발작 등)이 동반된다면 수면장애 클리닉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위눌림은 주간의 졸림증과 같이 올 수도 있고, 단독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위눌림을 예방하기 위하여는 아래의 규칙을 지키세요.
"가위 눌린다"는 의학적으로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고 합니다. 수면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단독성 수면마비로 가위 눌리는 것만 나타나는 경우고, 둘째는 낮에 매우 졸리는 기면병의 한 증상으로 수면마비가 동반됩니다. 셋째는 밤에 잘 때 다른 수면장애로 인하여 자주 깰 수 있는데 램수면 중에 깨면 가위 눌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각 원인에 따라서 치료도 다릅니다. 우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수면장애클리닉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가위눌림'이란 램수면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정상적으로 램수면 중에는 호흡근육과 눈을 움직이는 안근육을 제외한 인체의 모든 근육의 힘이 빠집니다. 그리고 뇌파에서는 낮은 전위의 파형(졸린 상태와 비슷한)이 관찰되고 눈이 빨리 움직이는 급속 안구 운동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램수면중에는 뇌파가 졸린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수면의 단계에 비해 쉽게 깨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가위눌림은 램수면중에 신체의 근육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이 깨어난 상태를 말하며 이때에는 정신은 깨어 났지만 아직 몸은 마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의식은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가위눌림은 정상인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따라서 가위눌림이 있다고 해서 비정상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위눌림은 기면병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잘 동반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위눌림증 외에 다른 증상(예를 들어 주간수면과다증, 탈력발작 등)이 동반된다면 수면장애 클리닉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위눌림은 주간의 졸림증과 같이 올 수도 있고, 단독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위눌림을 예방하기 위하여는 아래의 규칙을 지키세요.
- 항상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인다.
-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하지만 늦은 저녁이나 밤에는 하지 않는다.
- 취침과 기상 시간을 항상 일정하게 한다.
덧붙임글 둘
내가 정말 싫어하는 건,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경우다. 종아리가 끊어져 나갈 듯 아픈 경우가 가끔 있다. 다리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 경우에 생긴다고 한다. 어쨌건 나의 달콤한 잠을 방해하는 녀석들, 용서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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