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카메라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아래에 있는 카메라처럼 망원 렌즈도 달려 있고, 야간에 촬영할 때에도 문제없는 아스트로 카메라(astro camera)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밤 늦은 시각에도 깨끗하고 선명한 사진을 찍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 뭉개진 사진만 찍게 된다.
한가위 저녁,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장 옥상으로 올라와 보라는 것이다.
무얼 하나 했더니 달을 찍겠단다. 비록 진짜 보름달은 이틀 후에 볼 수 있다지만 제법 동그란 달을 바라보고 찍는 일은 재밌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깨끗한 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스트로 카메라를 가지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는 아래 그림처럼 그냥 일반적인 풍경이나 흐릿한 달 정도 밖에 찍을 수 없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방식이다. 집에 망원경이 하나 있고, 디카도 있다. 둘 다 보급형 제품이다. 이 둘을 이용하여 달을 찍기로 한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망원경은 달을 향하고, 카메라는 망원경의 접안 렌즈를 향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달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망원경도 좇아야 하기 때문에 두 배로 힘든 작업이다. 야간 촬영이기에 삼각대-아니면 적어도 망원경과 카메라를 지지할 받침대-는 필수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구는 24시간 동안 360° 회전 즉 자전(自轉)을 한다. 또 달은 27.3일을 주기로 지구 주위를 공전(公轉)한다.
이게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사실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망원경으로 달을 바라보니 망원경 렌즈에 달이 제법 크게 잡혔다. 달을 나란히 가로로 세운다면 기껏 세 개 정도 밖에 못 채울 정도로 크게 보였다. 그러다 보니 망원경으로 달을 가운데 위치시키려고 애쓰는 동안 달은 다시 궤도를 바꿔 엉뚱한 곳으로 가 버린다. 그런 일에 아주 능숙하다면 모를까, 삼각대의 위치를 상하좌우로, 망원경을 상하로, 디지털 카메라의 삼각대를 상하좌우로, 디지털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이렇게 많은 변수를 다루는 상황에서는 이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다시 한번 아래 그림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지구를 도는 달의 공전 궤도는 타원형이지만 이를 원형이라고 보면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384,401 km이다. 만약 달이 지구를 공전하지 않고 지구만 자전을 한다고 가정하면, 지구의 자전에 의해 마치 달이 지구를 하루에 한 바퀴 도는 것 같이 보이게 된다. 이는 달이 하루에 2πD km, 즉 1분 당 2πD/24/60 km를 이동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때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 D가 384,401 km이므로 달은 공전 궤도 상에서 1분에 약 1,677 km를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달의 반지름이 약 1,737 km이므로 1분만 지나면 달은 원래 위치보다 절반 정도 오른쪽(지구 자전 방향과 반대로)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물론, 달의 공전에 의한 영향도 있겠지만 이는 아래 그림과 같이 계산해 보면 1분 당 약 61 km를 공전 궤도에서 이동하는 것처럼 보여 무시해도 무리가 없다.
어쨌든, 실제로 망원경에 보이는 달이 제법 크게 잡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상당한 영향이다. 삼각대 두 개와 망원경, 디지털 카메라를 세팅하는 데 1, 2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촬영한 달의 모습. 옛날 사람들은 눈도 좋지. 망원경을 들이대야 보이는 토끼를 이미 눈으로 보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름답다. 탐스럽다.
눈부시게 빛나는 달을 뒤로한 채 돌아선다. 구름에 가린 달이 신비롭다.
사진 출처: http://www.morovision.com/camera_adaptable/astro_nikon_cameras.htm
한가위 저녁,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장 옥상으로 올라와 보라는 것이다.
무얼 하나 했더니 달을 찍겠단다. 비록 진짜 보름달은 이틀 후에 볼 수 있다지만 제법 동그란 달을 바라보고 찍는 일은 재밌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깨끗한 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스트로 카메라를 가지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는 아래 그림처럼 그냥 일반적인 풍경이나 흐릿한 달 정도 밖에 찍을 수 없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방식이다. 집에 망원경이 하나 있고, 디카도 있다. 둘 다 보급형 제품이다. 이 둘을 이용하여 달을 찍기로 한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망원경은 달을 향하고, 카메라는 망원경의 접안 렌즈를 향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달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망원경도 좇아야 하기 때문에 두 배로 힘든 작업이다. 야간 촬영이기에 삼각대-아니면 적어도 망원경과 카메라를 지지할 받침대-는 필수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구는 24시간 동안 360° 회전 즉 자전(自轉)을 한다. 또 달은 27.3일을 주기로 지구 주위를 공전(公轉)한다.
이게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사실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망원경으로 달을 바라보니 망원경 렌즈에 달이 제법 크게 잡혔다. 달을 나란히 가로로 세운다면 기껏 세 개 정도 밖에 못 채울 정도로 크게 보였다. 그러다 보니 망원경으로 달을 가운데 위치시키려고 애쓰는 동안 달은 다시 궤도를 바꿔 엉뚱한 곳으로 가 버린다. 그런 일에 아주 능숙하다면 모를까, 삼각대의 위치를 상하좌우로, 망원경을 상하로, 디지털 카메라의 삼각대를 상하좌우로, 디지털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이렇게 많은 변수를 다루는 상황에서는 이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다시 한번 아래 그림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지구를 도는 달의 공전 궤도는 타원형이지만 이를 원형이라고 보면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384,401 km이다. 만약 달이 지구를 공전하지 않고 지구만 자전을 한다고 가정하면, 지구의 자전에 의해 마치 달이 지구를 하루에 한 바퀴 도는 것 같이 보이게 된다. 이는 달이 하루에 2πD km, 즉 1분 당 2πD/24/60 km를 이동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때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 D가 384,401 km이므로 달은 공전 궤도 상에서 1분에 약 1,677 km를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달의 반지름이 약 1,737 km이므로 1분만 지나면 달은 원래 위치보다 절반 정도 오른쪽(지구 자전 방향과 반대로)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물론, 달의 공전에 의한 영향도 있겠지만 이는 아래 그림과 같이 계산해 보면 1분 당 약 61 km를 공전 궤도에서 이동하는 것처럼 보여 무시해도 무리가 없다.
어쨌든, 실제로 망원경에 보이는 달이 제법 크게 잡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상당한 영향이다. 삼각대 두 개와 망원경, 디지털 카메라를 세팅하는 데 1, 2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촬영한 달의 모습. 옛날 사람들은 눈도 좋지. 망원경을 들이대야 보이는 토끼를 이미 눈으로 보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름답다. 탐스럽다.
눈부시게 빛나는 달을 뒤로한 채 돌아선다. 구름에 가린 달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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