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뭘 볼까? 사람들 평이 조금 엇갈리기는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 말고는 대안이 없을 것 같았다. 어제 영화 사이트 들어가서 살펴 보니 보고 싶은 영화는 죄다 이번 주말 아니면 다음 주 개봉.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웰컴 투 동막골'이 영화관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틀림 없이 8월 4일 개봉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틀이나 일찍 영화관에 걸려 있었다. 참 희한한 일이군. 어쨌거나 내가 보고 싶던 영화였으니까.
원래 8월 4일에 개봉하기로 되어 있던 '웰컴 투 동막골'이랑 8월 11일에 개봉하기로 되어 있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장진 감독이 직접 연극 무대에서도 펼치기도 했던 희곡이 바탕이라고 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장진이 아닌 박광현 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원작인 연극 대신 영화관에서 간간이 비치는 예고편만 보아 왔던 까닭에, 초반 얼마간의 잔인한 전투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밝고 명랑한 영화일 것이라 상상(!)해 왔었기 때문이다. 마치 조금 가벼운 터치를 곁들인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러한 거북한 장면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북한군과 국군, 거기에 UN군까지 서로 다른 길을 향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불안하고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혜정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 이들이 동화되기 시작하면서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곳곳에 동화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데, 이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를 시도하는 멧돼지 잡기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멧돼지가 등장하기 직전 강혜정이 언덕 저 멀리에서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왠지 이질감이 들었다. 배경은 희뿌옅게 변하고 사람들이 화면 밖으로 도드라지는 느낌! 화면에서 등장인물이 튀어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특수 효과 처리가 미숙해서 그랬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의도된 접근임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동화"임이 자명한 장면 속으로 관객을 몰고 갔다. 이것은 아마도 배경보다는 인물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 이들에게도 크나큰 위협이 다가온다. 영화 내내 고개를 내밀지만 않았을 뿐 물밑에서 잠들어 있던 불안함이 그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순간, '앗! 장진의 영화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간첩 리철진'에서의 유오성의 모습.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워 자신의 손금을 바라보던 얼굴. 그리고 곧 이어 박진희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이 장면이 웰컴 투 동막골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신하균과 정재영이 서로를 마주하며 웃는 장면. 그리고 이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순간 짠한 느낌이 들었다. 이들은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는구나. 사실 마지막 부분에서 호흡이 좀 길어져서 관객을 조금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단점은 그냥 그들을 좀더 생각할 시간이라고 여유롭게, 너그럽게 보면 될 것 같다. 그러한 긴 호흡보다도 이 영화의 마지막 감동이 훨씬 더 길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예상을 훨씬 더 넘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고, 꿰다 만 구슬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멩이만도 못할 때가 있다. 이 영화는 만화적인 상상과 웃음, 긴장, 그리고 감동에 슬픔까지, 영화가 갖출 수 있는 많은 요소를 이질감이 드러나지 않게 잘 엮어 낸 멋진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이 영화를 생각하며 잠들 것 같다.
원래 8월 4일에 개봉하기로 되어 있던 '웰컴 투 동막골'이랑 8월 11일에 개봉하기로 되어 있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장진 감독이 직접 연극 무대에서도 펼치기도 했던 희곡이 바탕이라고 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장진이 아닌 박광현 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원작인 연극 대신 영화관에서 간간이 비치는 예고편만 보아 왔던 까닭에, 초반 얼마간의 잔인한 전투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밝고 명랑한 영화일 것이라 상상(!)해 왔었기 때문이다. 마치 조금 가벼운 터치를 곁들인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러한 거북한 장면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북한군과 국군, 거기에 UN군까지 서로 다른 길을 향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불안하고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혜정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 이들이 동화되기 시작하면서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곳곳에 동화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데, 이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를 시도하는 멧돼지 잡기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멧돼지가 등장하기 직전 강혜정이 언덕 저 멀리에서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왠지 이질감이 들었다. 배경은 희뿌옅게 변하고 사람들이 화면 밖으로 도드라지는 느낌! 화면에서 등장인물이 튀어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특수 효과 처리가 미숙해서 그랬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의도된 접근임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동화"임이 자명한 장면 속으로 관객을 몰고 갔다. 이것은 아마도 배경보다는 인물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 이들에게도 크나큰 위협이 다가온다. 영화 내내 고개를 내밀지만 않았을 뿐 물밑에서 잠들어 있던 불안함이 그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순간, '앗! 장진의 영화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간첩 리철진'에서의 유오성의 모습.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워 자신의 손금을 바라보던 얼굴. 그리고 곧 이어 박진희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이 장면이 웰컴 투 동막골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신하균과 정재영이 서로를 마주하며 웃는 장면. 그리고 이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순간 짠한 느낌이 들었다. 이들은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는구나. 사실 마지막 부분에서 호흡이 좀 길어져서 관객을 조금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단점은 그냥 그들을 좀더 생각할 시간이라고 여유롭게, 너그럽게 보면 될 것 같다. 그러한 긴 호흡보다도 이 영화의 마지막 감동이 훨씬 더 길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예상을 훨씬 더 넘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고, 꿰다 만 구슬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멩이만도 못할 때가 있다. 이 영화는 만화적인 상상과 웃음, 긴장, 그리고 감동에 슬픔까지, 영화가 갖출 수 있는 많은 요소를 이질감이 드러나지 않게 잘 엮어 낸 멋진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이 영화를 생각하며 잠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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