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간만에 영화를 보게 됐다. <싸움의 기술>. 주말에 함께 스키장 다녀 왔던 사람들이랑 뒷풀이 겸 뭘 볼까 하다가 대충 시간이 맞는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사실은 요즘 한창 화제를 몰고 다니는 <왕의 남자>를 보고 싶었지만 8명 가운데 4명이 이미 본 영화라 어쩔 수 없이 후보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 기대 없이 보게 된 영화였는데, 아니! 뜻밖의 재미가 숨겨져 있었다. 뭐,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을 텅 비우고 보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게다가 바로 이 사람. '백윤식'이 등장하는 영화. 영화를 본 사람들 가운데에는 '백윤식'이라는 세 글자만 가지고 영화를 선택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극중 오판수로 등장). 한국 영화에 대해 우려하는 많은 목소리 가운데 하나가 '너무 젊은 사람들만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니냐, 또 너무 젊은 배우들만 등장하는 것 아니냐'였는데, 백윤식이라는 배우는 - 비록 영화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 노련한 연기자가 영화를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은 아직 못 봤으니 무어라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지구를 지켜라>에서의 백윤식의 모습은 정말 자신을 철저히 망가뜨리기로 마음먹은 모습 그 자체였다. 삭발까지 감행하며 영화를 위해 온몸을 던졌었는데, 영화는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많이 고민하였을 터.
하지만 바로 이 시점부터 사람들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백윤식이 아니라 영화배우 백윤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런 장르 영화에서 더없이 멋진 빛을 발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내 머리에 심어 주었다.
2006년. 그는 1947년생인 그는 우리 나이로 60세다.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나이. 하지만 그는 영화 보는 내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P.S. I.
어쩌다 보니 또 다른 주인공인 '재희'(극중 송병태)는 이 글에서 완전히 빠져 버렸다. 물론 재희도 연기를 깔끔하게 잘했지만, 정말 백윤식씨는 멋있었다.
P.S. II.
재희의 친구 역으로 나오는 신인 배우가 있다. 검색해 보니 '박기웅'이라는 배우였는데, 등장하자마자 영화를 보던 여자들이 '잘생겼다'며 탄성을 내질렀다. 부러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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