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쥐 생각하듯

PUBLISHED 2008.12.25 03:55
POSTED IN 오늘
혹시 지난 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400회 특집 보셨나요? 출연진이 워낙 화려해서 다들 “드림팀”이라며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대가 컸었죠. 유시민(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신해철(가수, 방송인), 김제동(방송인), 전병헌(민주당 국회의원), 나경원(한나라당 국회의원), 전원책(변호사),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이승환(변호사), 이렇게 아홉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패널로 선정되었다가 “여의도 전기톱” 사건 수습을 위해 불참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까지 나와서 끝장 토론을 펼쳤다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바람이 있었지만, 사실 바람은 바람일 뿐이죠. 아쉽긴 하지만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두 분도 모셨으면 해요. 유려한 말솜씨를 놓고 보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분들이잖아요. 시간을 딱 정해놓고 진행한 것도 아쉬웠어요. 밤을 새더라도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 ^

어쨌거나, 그날 방송은 워낙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고, 또 이야깃거리도 많은 사람들 공통의 관심사이다 보니 인터넷 여기 저기에서 관련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 거구요.


방송을 보면서, 그리고 최근 문득 느끼는 게 있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에게 한 이야기인데요, “고양이는 쥐가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이 그것입니다. 유시민씨가 손으로 고양이 발톱 모양을 흉내내어 나름 귀여운 제스쳐까지 취해 가며 이야기하던 장면이었죠.

그런데 이게 그렇게 웃고 넘길 이야기만은 아니잖아요. 이런 일이 정치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일이다 보니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상황이더군요. 내가 고양이이건, 아니면 생쥐이건 떳떳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상상이 정말 단순히 상상으로만 그칠 것 같아요. 현실에서도 생쥐가 고양이를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만약 그랬다간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바로 생쥐의 몸뚱이 위로 날아갈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고 생쥐가 지레 겁을 집어먹고는 찍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오겠죠.

이런 현실이 너무나 서글퍼서 잠이 오지 않아요. 더더군다나 어떤 곳에서는 생쥐 역할을 맡던 제가 또 다른 곳에서는 행여 고양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더더욱 서글퍼져요. 정말 이 세상 어딘가에 누구나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곳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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