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소녀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

행복한 남자들, “<동방신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요즘 청소년부터 아저씨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열광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게 대통령 선거 얘기가 아니라 미소녀 가수들이다. 요즘 인터넷에 왜 이리도 <원더걸스><소녀시대>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지···. 어쨌거나, 나도 뒤늦게 그 이야기에 합류하게 됐으니 일종의 뒷북이 되는 셈인가?

사실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지 않았다면 이들 두 그룹은 영영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대중문화에서 거의 소외되다시피 살고 있던 나로서는 어떤 영화가 흥행이 잘되고 있는지, 어떤 음악이 소위 뜨고 있는지, 어떤 드라마가 연일 시청률을 갱신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런 오프라인에서의,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화제가 결국은 나한테까지 온 걸 보면 상당한 붐인 것은 사실인가 보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소녀시대는 1989년생부터 1991년생까지, JYP 엔터테인먼트의 원더걸스는 1988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다들 중고등학생 나이다. 실은 음악 방송에 나와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들이 중고등학생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워낙 “나이가 들어 보이게” 진한 화장을 하고 나와서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이 글에서는 <원더걸스>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 생각에 솔직히 현재까지의 소녀시대는 무언가 중요한 것이 모자란다. 단지 기존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았던 다른 가수들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정도 밖에 안된다. 숫자를 불린 보아, 숫자가 늘어난 천상지희, 판박이 얼굴을 한 SES라는 이미지가 전부이다.


원더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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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네티즌이 쏟아내는 글이나 미디어의 상당수는 원더걸스가 부른 “Tell me(텔미)”의 중독성 혹은 어깨춤(이른바 살랑살랑춤)에 대한 이야기, 혹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비교글이다. 심지어 요즘 아주 유명한 낚시글도 하나 돌고 있었으니!

물론 네티즌이 생산해 내는 글이나 미디어 중에는 원더걸스의 “Tell me”가 표절인가 샘플링인가를 논하는 글도 있고, 원더걸스 열풍이 성(性)적인 자극에서 온 것은 아니냐고 질타하는 글도 있다. 더 자세한 글은 이들의 글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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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시절의 원더걸스

그런데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이미 원더걸스의 곡을 들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올 초, 원더걸스가 발매한 싱글 앨범의 ‘아이러니(Irony)’라는 곡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특별한 느낌도 없었고 단지 ‘또 여자애들 몇 나왔구나’라는 기억만 남았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최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주인공이 되었다.


이런 열풍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중독성이 강력한 반복되는 멜로디와 바로 아래의 이 춤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어깨춤(살랑살랑춤)”이다. 아래의 동영상은 “Tell me”의 전주 부분만 따서 편집한 동영상이다. 사실, 노래만 들었을 때에는 단순한 디스코 멜로디가 반복되는 음악 정도의 영향력 밖에 없던 곡이 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강력한 흡입력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는 박진영이 직접 노래를 부르며 춘 춤을 보자. 놀랍게도 지금 이 춤은 예전에 박진영이 댄스 가수로 활동하던 당시의 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즉, 그 강인한 흡입력과 중독성을 가진 춤도 전주에 해당하는 “살랑살랑춤”만으로 한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보면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입부에 소개된 춤만으로 사람들을 중독시키다니! 정말 놀라운 건 그 노래가 아니라, 그런 중독성이 드러나게 한 박진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90년대 소녀 아이돌 그룹

소년들을 열광케 한 1990년대

다시 나타난 소녀 아이돌 그룹의 전성시대를 바라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핑클SES로 대표되던 1990년대이다.

SM 엔터테인먼트의 SES는 1996년1997년, 혜성처럼 등장해 뭇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SES는 (비록 유진이 상대적으로 청순한 이미지를 맡았지만) 귀엽고 발랄하며 역동적인 이미지로 어필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집의 “I'm Your Girl”과 “Oh My Love”이다.




대성 엔터테인먼트(현재의 DSP)의 핑클은 그보다 늦게 1998년 데뷔했다. 핑클은 SES와는 달리 데뷔곡 “블루 레인”을 통해 청순한 이미지로 먼저 다가갔다. 이효리와 성유리가 계단에서 함께 쪼그리고 앉아 비를 맞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은 힘든 대학원 생활을 하던 나에게도 그들을 지켜 주어야 한다는 보호 본능이 불끈 솟아오르게 만든 역작이었다.



게다가 현재는 섹시 스타의 아이콘인 이효리는 당시 청순 컨셉이었다. 많은 소년들에게 있어 이효리는 천사였고, “화장실에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의 여신이었다.

또 “내 남자친구에게”에서는 귀여운 매력을 흠뻑 발산한다. 이때부터 SES와 핑클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같다.



성공하려면 귀여워야지!

그러고 보면, 이런 소녀(혹은 여성) 아이돌 그룹의 시작은 “귀여움”이다. 베이비복스는 1997년 1집에서 <남자에게>와 <머리하는 날>이라는 비교적 강한 음악으로 데뷔했지만, 이런 이미지는 소녀 아이돌 그룹에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들 역시 1998년 2집에서 <야야야>라는 귀엽고 발랄한 곡을 통해 이름을 알린 것을 보면, 역시 소녀 그룹이 성공하기 위해는 먼저 “귀여워야” 하나 보다.


베이비복스 1집 <남자에게>. 이런 곡이 있었나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노래.



베이비복스 1집 타이틀곡이었던 <머리하는 날>. 개인적으로는 제법 마음에 들었던 노래인데 사실상 시장에서는 완전히 묻히고 말았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베이비복스의 데뷔곡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2집 <야야야>. 뮤직비디오 첫 부분이 이제 자신들은 강한 이미지를 떨치고 귀여운 컨셉으로 나가겠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어지는 이미지에 대한 고민

지금까지 보면 일단 성공적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는 귀여운 이미지가 사실상 필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영원히 소녀 아이돌 그룹으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고 이들도 나이를 먹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영원히 귀여운 ‘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면 어떤 앨범에서는 보이시(boyish)한 이미지를, 어떤 앨범에서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어떤 앨범에서는 자신들이 작사·작곡한 곡을 들고 나와 음악성을 보여 주는 이미지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 저절로 섹시 컨셉도 따라온다. 아마 아이돌 가수로서는 여기까지가 끝일 것이다. 섹시 컨셉은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사실상 연예계에 종언을 고하거나 아니면 연기자 등 다른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지금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들이 <핑클>이나 <SES>와 같은 큰 인기를 계속 누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쩌면 다른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무혈입성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한번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이상 유사한 소녀 그룹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들이 이러한 도전을 이겨 낸다면 결국은 다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시기가 올 것이다. 소녀에서 숙녀가 되는 바로 그 순간.



이쯤에서 적절한 ‘건전’ 마무리

자, 지금까지 옛날 추억도 떠올려 보고 요즘 잘나가는 <원더걸스> 이야기도 했으니, 이쯤에서 적절하게 건전 마무리 한번 해 보자.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엔리오 모리꼬네(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가 정작 영화 자체보다는 화려한 드레스와 노출이 심한 여배우에 쏠리는 관심을 꼬집은 바 있다.

요즘 한류 열풍이 식는다는 둥, 올해 한국 영화는 예년 같지 않다는 둥, 가요계는 나날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는 둥, 연예계 관계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은 힘드니까 좀 사랑해 달라고 애걸하듯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엔리오 모리꼬네의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물론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건은 갖추어 달라고.

뭐, 본문이랑 마무리가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어쨌거나 이상으로 건전한 마무리까지, 끝!



관련 글
  1. EXIFEEDI's Life, “원더걸스의 노출이 문제냐, 다음이 문제냐”.
  2. EXIFEEDI's Science and Technology World,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만든 텔미 CG 동영상”.

  1. 우리 연구원 게시판에도 이런 글들이 올라와서 상당한 리플들이 달리고 있더이다. ^^
    제목은 [원더걸즈 넘 좋아요]
    나이 먹고..대놓고...텔~ 미 노래 들을수도 없구 ㅡㅜ
    집에서 몰래 혼자 뮤직비디오 보고있음 ㅜㅜ
    텔~ 미...테테텔~~~ 미~~~ 완소~~ ㅋㅋ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
    ->나도 상당히 뒷북치고 있음. 아직 합류도 못했으니. ㅋㅋ
    2007.10.18 17:11
  2. 푸하하 ^ ^
    아저씨들 귀엽네~ ㅋ
    2007.10.18 18:51 신고
  3. 잠시 걸음을 멈추고... PERMALINK
    EDIT  REPLY
    소녀 아이돌 그룹에 대한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원더걸즈와 소녀시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런데 이 글은 왜 읽었지? ^^). 귀여움이라는 컨셉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네요.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한계는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그런 태생적 한계로 인해 자생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결국 해체나 그룹활동의 중단의 비운을 맛 본 것 같습니다. 90년대 이후 슈가나 밀크 같은 그룹도 잠시 내비쳤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데 비해, 근 10년만의 소녀 아이돌 그룹의 열풍은 그 자체로도 신기하긴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들의 선배들이 가졌던 태생적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어떻게 변화해갈지에 대해서는 윗 글 속에 답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새로운 변화의 길을 잘 모색해서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최근 8090 이라는 문화이미지가 '추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새로운 복고 문화 컨텐츠를 재생산 한다는 견지에서 보면, '아저씨'들도 그 들의 모습에서 SES나 핑클의 옛모습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너무 재미있고 훌륭한 글의 '옥의 티'를 하나 찾자면 SES의 데뷔연도가 1996년이 아니라 1997년 입니다.^^ 재미있는 글을 읽게 해주신 EXIFEEDI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제 갈 길을 청하고자 합니다.
    2007.10.18 23:56
  4. 지적 감사합니다 ^ ^ 1997년으로 수정했습니다 ^ ^
    아이돌 그룹이라면 남성 그룹이건, 여성 그룹이건, 아니면 혼성 그룹이건,
    이미 태어날 때부터 그 한계에 선을 긋고 시작하는 게 아닐까요?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그들의 몫이겠지요.
    심각한 의도로 글은 쓴 것은 아니지만,
    '아저씨' 나이가 된 입장에서 다시 이들을 보니
    예전 생각이 떠오르기도 해서요 ^ ^;

    그리고,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07.10.19 23:30 신고
  5. 덕분에 과거 아이돌 스타들의 전성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네요. ^~^ 재미있습니다.
    사람이야 나이 먹고 상황이 달라지게 마련이고, 그 때 그 때에 맞추어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변신할 수 있어야 성공을 지속할 수 있는 듯 싶어요. 변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몰락하게 마련이고요.
    2007.11.26 03:16
  6. 예, 맞아요.
    그리고 이런 연예계 쪽은 사람들에게 금방 각인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빨리 잊혀지기도 하는 곳이잖아요.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무서운 곳이니,
    이들의 변신은 ‘필수’라고 해야 겠네요. ^ ^
    2007.11.26 10:58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