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부부

PUBLISHED 2008.12.27 12:42
POSTED IN 오늘/둘이서
사람들이 다들 물어 봅니다. “신혼 생활은 어때, 재밌어?” 그러면 제가 대답하죠. “너무너무 좋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사실 제가 주말 부부잖아요.”

<주말 부부>라는 말 한 마디가 이 모든 것을 대신합니다. 저는 직장이 분당에 있어요. 그런데 신혼집은 대전에 있답니다. 그나마 신혼집이 대전 북쪽에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직장에서 신혼집까지는 150km나 떨어져 있답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가더라도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죠. “평균 속도 시속 150km로 달리면 한 시간이면 가네?” 이런 농담은 사양하고 싶어요 ㅠ_ㅠ

주변에도 주말 부부로 지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고 또 지금도 있답니다. 고등학교 동문 선배였던 분은 수원과 대구를 오가는 주말 부부였답니다. 매주 자동차로 수원과 대구를 오갔는데 형수님께서 교사였기 때문에 직장을 옮길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은 수원에서 모여 살고 있답니다. 몇 년 전에, 아마도 2002년 전후였던 것 같네요. 동대구역에서 우연히 그 형을 만났어요. 그때가 바로 그 형이 몇 년 동안의 주말 부부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때였어요. 아들이 아주 어리기는 하지만 아빠를 자꾸만 아저씨를 보는 듯 한다는 이야기가, 물론 그 형은 농담 삼아 했던 이야기지만,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더라구요.

고등학교 때 친구 녀석도 주말 부부였어요. 대학교 때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는데, 제 친구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제수씨는 대구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었답니다. 교사들은 지역을 변경해서도 직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직장이 달라진다고 해도 하던 일도 똑같고, 단지 주변에 있는 교사들만 달라진다고 보면 되고 말이죠. 다만 A라는 지역에서 B라는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면 마찬가지로 B라는 지역에서 A라는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나 보더라구요. 뭐, 더 복잡한 조건이 있겠지만 제가 전해 들은 바로는 대충(!) 그랬어요. 그래서 제수씨가 서울이나 경기도로 옮기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특히 서울에서 일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너무 많아서 지방에서 서울로 옮기기가 무지 힘들다네요. 결국은 제 친구가 2006년 후반에 이런 말까지 했어요. “아무래도 이렇게 떨어져서 지내기는 힘들 것 같고 대구나 구미에서 새 직장을 알아 봐야 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인지 그 이야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수씨가 경기도로 발령이 나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경기도로 옮기고 나서 태어난 아기도 지금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답니다. ^ ^

그러고 보니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주말 부부가 또 있네요. 대학교 때 친구인데요, 역시 아내가 교사군요 -_-; 이 친구는 KTX 시간표는 줄줄이 꿰고 있을 거에요. 금요일 저녁에 KTX로 대구에 내려가서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올라간답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어떤 회식이 있더라도 불참한다는 성실 가장이죠 ^ ^ 작년에 이란성 쌍둥이로 딸 둘을 얻었는데, 금요일이면 딸 생각에 설레어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그런 녀석입니다. 참 희한하게도 한 명은 아빠를, 한 명은 엄마를 쏙 빼 닮았더라구요.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멀리 떨어진 커플은 신랑이 분당, 신부가 창원에 있는 커플이네요. 대학원 때 연구실 후배였던 녀석인데, 창원은 KTX로도 갈 수 없는 곳이라 평소에는 2주에 한 번씩 만난대요. 다만 신부가 (놀랍게도 이번에도) 교사이다 보니 방학 때는 함께 지낼 수 있다네요. 이 부부도 합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저만 빼고는 다들 아내가 교사였군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데 말이죠. ㅎㅎ 아무튼 저는 분당에서 대전으로 오갈 때 시외버스를 이용해요. 분당에서 서울역까지는 너무 멀기 때문에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게 시간상 그리고 비용상 모두 득이랍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책도 읽고 그래야지 했는데, 웬걸, 차만 타면 자요. ㅋ 한 달 정도 밖에 안 됐는데 이미 저녁에 분당에서 대전으로 가는 시외버스 시간이랑 오전에 대전에서 분당으로 가는 시외버스 시간을 외우고 있네요.

결혼하자마자 주말 부부 생활을 하게 되니 이렇게 오가는 시간도 참 안타깝고 아쉽네요. 금요일 일 마치면 대전 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음질을 하고 월요일 오전에는 1분이라도 더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까지 서로 두 손을 꼭 잡는답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이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주말 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함께 보내고 싶어요. 몇 년 동안이나 주말 부부로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의 아쉬움을 어떻게 달랠지···. 게다가 아기까지 생기면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 일이 손에 잡히기나 할까요?


그냥 글 마무리하기가 아쉬운데, 한 마디 하고 싶네요.  “이땅의 모든 주말 부부 여러분, 우리 모두 힘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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