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갇혔습니다

PUBLISHED 2008. 9. 30. 10:21
POSTED IN 오늘/일상 한 토막
제가 근무하는 회사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총 네 대가 있는데요, 1층에 들어서면 그 중에서 세 대만 보입니다. 한 대는 건물에 입주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저는 6층에서 근무를 합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1층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섰습니다. 오른쪽에 엘리베이터가 두 대, 왼쪽에 한 대가 있네요. 마침 왼쪽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서 있길래 올라 탔습니다. 그리고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6층 버튼을 눌렀죠.

엘리베이터에는 저 혼자만 올랐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참 빠르게 올라가서 좋습니다. 평소에는 2층부터 5층까지, 사람들이 들락날락해서 참 답답하거든요.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6층에 섰습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의아하지만,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저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비상 버튼 같은 게 있지만 그런 건 생각나지도 않더군요. 오로지 저 문을 열자, 이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망설임없이 두 손등을 맞대고 그렇게 맞댄 두 손을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옆으로 벌렸죠. 조금 뜻밖이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은 생각보다 손쉽게 열렸습니다. 문이 1/3 정도 열리자마자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 문은 다시 닫히고 말았습니다.

내리고 나서야 든 생각이지만 만약 문을 열고 내리려다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제가 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그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도록 버튼을 눌렀다면? 엘리베이터 만든 사람들이 이 정도의 고려조차 없이 엘리베이터를 만들지는 않았기를 바라지만 만약 아무런 보호 장치없이 그러한 일을 겪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엘리베이터에 갇혀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더군요. 다시 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