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PUBLISHED 2008. 9. 29. 12:44
POSTED IN 오늘/둘이서
상견례

8월 3일 일요일, 저희 부모님과 여자 친구 부모님이 함께 만났습니다. 약식 상견례라고 해야 할까요? 원래는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정식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커피숍에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제가 먼저 호텔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일찍 나서는 바람에 30분 가량을 마냥 기다렸죠. 날이 더워서 조금 일찍 가서 시원한 곳에서 쉬면서 기다리자고 한 것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고 말았거든요. 저도 모처럼 평소에는 입지 않던 정장을 꺼내 입었고, 아버지께서는 정중한 자리에 갖출 겉옷이 없다며 지난 밤 저녁 정장 윗도리를 구입하셨습니다.


그러다 어느덧 약속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자 친구는 부모님, 고모님과 함께 왔습니다. 여자 친구 어머님께서는 참 예쁘게 차려 입고 오셨더군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전에 여자 친구 집에 가서 여자 친구 부모님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고 왔었고, 명절 때면 찾아 뵙고 아버님과 술도 한 잔 걸치고 했지만 막상 이렇게 저희 부모님과 함께 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나니 딱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입을 굳게 닫고 있다가 간간이 제게 떨어지는 질문에만 대답했습니다. 참 어색하더군요. -_-;

그래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 서로 조금씩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집안 얘기도 오가고 예전에 있었던 일들, 주변 이야기들, 가끔은 조금 뜬금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말이죠. 그러다 어느덧 결혼 이야기에 다다랐습니다. 예식장은 어떻게 할 것이며, 날짜는 어떻게 할 것이며, 이런 얘기들 말이죠. 사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 호텔이 사전에 어느 정도 조사를 하고 후보지로 정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장소는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날짜 이야기가 나왔죠.

생각보다 이야기는 쉽게 풀렸습니다. 여자 친구 아버지께서 11월 중순이 어떨까 하셨습니다. 뭐,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때 하면 날씨도 나쁘지 않고 괜찮더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그 날짜에 흔쾌히 오케이하셨죠.


결혼식 날짜

원래는 결혼식 날짜를 잡는 일도 간단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결혼식 날짜를 잡을 때에는 먼저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신랑의 사주(四柱 – 사람이 출생한 연·월·일·시의 간지(干支))를 간지(簡紙)에 써서 신부집으로 보냅니다. 이걸 사주·사성(四星) 또는 사주단자(四柱單子)라고 하는데, 이에 신부 측에서는 연길(涓吉)이라고 하여 길일(吉日)을 택해 신랑집으로 보내 준다고 합니다. 연길에는 또한 연길문(涓吉文)이라는 편지도 함께 보내게 되는데, 이 역시 정해진 틀대로 작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연길문(涓吉文)까지 작성해 가며 격식을 따지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개는 전화로 알려 드린다고 하더군요. 예전에야 요즘처럼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아서 편지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겠지만, 요즘은 전화 한 통이면 전달 가능하니까요.

더욱이 저희 집에서나 여자 친구 집에서나 그런 걸 일일이 따지는 분들은 계시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대략적인 날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는 데에도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예식장 상황은 미리 조사해 뒀었고, 언제 예식이 비는지까지도 사전에 전화로 확인을 해 둔 상태였거든요. 남은 일은 그 동안 바뀐 점이 없나 하는 정도였지요.


그렇게 정했습니다. 11월 15일. 저, 결혼합니다. 11월 15일에 말이죠. 이제 결혼 준비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이거, 왜 사람들이 결혼 두 번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는지 수긍이 갈 만한 그런 상황도 가끔 생기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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