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서 참 좋았는데···.

PUBLISHED 2007. 11. 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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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첫눈을 맞으며 기쁜 마음으로 길거리를 걸었다. 그러더니 다음 날 다시 눈이 내렸다. 19일에는 눈이 내리다 금세 비로 변해 아쉬웠는데, 20일에는 그래도 길에 눈이 제법 쌓였다. 혹시나 아침이 되면 모두 녹아 사라질까 봐 사진을 찍어 뒀다. 여러 장 찍어 뒀는데 다들 노출이 부족해 건진 사진은 이것 한 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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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눈구경 자체가 힘든 곳

어릴 적 대구에서 살 때는 눈 구경하는 것 자체가 참 귀한(!) 일이었다. 대구는 분지 지형이라 그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이다. 비만 적게 내리는 게 아니라 겨울이 되면 눈도 적게 내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가장 따뜻(?)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실수(!)로 눈이 왔다 하더라도 금세 녹아버리기 일쑤다. 내 기억에는 내가 초등학생 시절이던 1980년대 초반에 내 운동화 중간 부분까지 눈이 온 이후 제대로 쌓인 눈을 본 적이 없었다.


2001년, 대전의 폭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대전에서 생활을 하게 됐는데, 와아, 여기는 정말 별천지다! 눈이 펑펑 온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2001년 1월 7일 일요일, 새벽에 갑자기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대전에는 24.8cm의 눈이 쌓여 최대 적설량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기록은 2004년 3월 대전에 49cm의 눈이 내리면서 깨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때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큰 눈송이가 떨어져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눈사람이나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장갑을 두 겹으로 해서 커다란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가 세 시간 동안 사람 키만한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뿌듯한 미소를 머금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눈이 비로 바뀌면서 눈사람이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정말 눈물나게 안타까웠다.


2004년 3월의 폭설

그러던 2004년 3월 6일, 대전에 폭설이 내렸다. 3월 적설량으로는 최고 기록인 49cm가 내린 날이다. 연구실 사람들과 뛰쳐나가 어린 아이처럼 뛰어 놀았다. 사람 키보다 큰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그렇게 말이다. 손바닥 위에 떨어진 눈송이, 소매 위로 떨어진 눈송이. 저게 눈송이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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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까 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한번씩 저렇게 눈이 펑펑 내렸으면 할 때가 있다. 그냥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그런 눈송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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