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뒤에서 일하시는 분들

PUBLISHED 2007. 10. 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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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출근해서 창밖을 바라보니 높은 톤의 금속음이 울린다. 속이 빈 쇠 파이프끼리 부딪치는 소리다. 보아하니 이웃한 백화점에서 개점 10주년을 맞이해서 사원들이 모여 즐기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축제의 장이며 공연도 함께 즐긴다고 한다. 회사 동료들은 저거 하느라 하루 종일 시끄럽고 밤에는 두어 시간 정도 너무 시끄러워 아무 일도 못할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난 화를 내는 대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이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기로 했다.

우리 주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들 생활을 돌봐 주시는 분들이 많다.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9시가 되기 전,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회사를 돌면서 휴지통을 비워 주시고 간단하게 청소를 해 주신다. 점심 때면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분이 보인다. 퇴근하는 길에는 항상 백화점 로비를 지나치게 되는데,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들어가는 날이면 그곳에서 청소하시는 분, 혹시나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라도 나지 않았는지 점검하시는 분, 다음 날 백화점에서 진행해야 하는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단장하시는 분이 보인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오늘 공연이 백화점 직원들에게는 즐거운 하루의 휴식이자 놀이겠지만 공연을 기획한 사람, 무대를 설치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사진을 통해 이분들의 하루를 살펴 보았다.


오전 8시 53분. 이미 무대와 조명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 전날부터 작업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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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16분. 무대가 거의 모습을 갖추었고 사람들이 앉을 좌석도 배치했다. 어제 비가 온 데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까지 불어 오후임에도 전혀 따뜻하지 않다. 좌석 가운데는 VIP를 위한 좌석인지 주위 좌석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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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55분. 확실히 해가 많이 짧아졌다. 6시가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날이 기울어 어둑어둑하다. 조명을 테스트하고 리허설을 위한 음악과 사회자의 멘트가 쉴 새 없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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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5분. 공연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 공연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은 간혹 외부에서 초청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백화점 직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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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38분. 공연이 끝난 지 한 시간이 넘었지만 분주히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 무대와 축제의 장이었던 공간이 내일이면 원래의 모습인 주차장으로 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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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겨 새벽 1시 6분. 이제 거진 마무리 단계에 다가서는 것 같다. 내일 아침이면 주차장에 널린 구조물을 더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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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요일 30일 오전 8시 50분. 주차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끔하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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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에게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바쁘고 중요한 하루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별 것 아닌 일이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사람이 사는 일은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참 복잡한, 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