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불꽃 축제>에 다녀 오려고 13일 토요일 오전부터 홈페이지(http://www.bulnori.com/)에 들어가 보았지만, 이상하게 접속이 안 되는 거다. 축제 일정을 알아야 언제 움직일지 결정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건 오늘 들어가 본 홈페이지.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저녁 7시 30분부터 일본 연화팀, 7시 55분부터 미국 연화팀, 그리고 8시 20분부터 한국 연화팀의 공연이 있었다고 한다. 7시 30분부터 8시 45분까지, 총 1시간 15분 동안 불꽃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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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토요일 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먼저 오후 3시에 친구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 끝나고 식사하고, 이렇게 하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 6시 반을 향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갈까 지하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저녁 시간이다 보니 도로가 많이 밀릴 것 같아 지하철을 타고 갔다. 하지만 여기에서 지하철로 가더라도 앞부분은 놓칠 상황. 어쩔 수 없었다. 중간부터라도 보아야 겠다는 생각에 지하철에 올랐다.

분당선에서 3호선, 3호선에서 다시 5호선으로 갈아 타야 하는 일정이었다. 멀고 피곤한 길이지만 불꽃 구경 한번 해 보겠다고 열심히 갔다. 그런데 5호선으로 타는 순간, 무슨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것인지! 아차 싶었다. 이 열차에 탄 사람들이 모두 불꽃 축제에 가는 사람들이구나! 차장님께서 안내 방송을 하신다. 여의나루역에는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서지 않고 지나가니 마포역이나 여의도역에 내려서 걸어 가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늦어 답답하고 사람도 바글바글해 덥고 짜증까지 겹치는데 이런 안내 방송까지 나오다니!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기를 마포역보다는 여의도역이 나을 거라고 얘기해 주셨다. 그래서 그랬는지 마포역에서 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 답답했던 사람들이 일부 내리고 나머지는 여의도역으로 향했다.

여의도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왕창 쏟아져 나왔다. 이미 8시가 조금 넘은 상황. 이 동네 지리도 잘 모르니 일단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라 나섰다. 저 멀리서 쾅쾅거리며 불꽃 터지는 소리가 난다. 마음은 급한데 길에는 사람들이 가득해 더이상 속도를 내기도 힘들다. 간혹 저 멀리에서 하늘이 환하게 빛났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진다. 그리고는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한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맞은편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쏟아지자 아뿔싸 싶었다. 축제가 이미 끝난 것일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미 공연이 끝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한 시간 반 가까이 전철을 타고 여의도까지 왔더니만 제대로 공연도 못 보고 돌아서는구나 싶었다.

괜한 걸음했다 싶어 다시 뒤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다시 여의도역으로 향한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이번에 다시 불꽃 터지는 소리가 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혹시 아까 공연을 못 본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에 서비스 한번 하는 것일까? 다시 돌아설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 봐야 돌아가는 길에 공연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다시 시작된 소리가 한참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던 모습에 잠시 멍하니 있었다. 오늘 다시 공연 일정을 살펴 보니, 처음 여의나루역으로 가다가 소리가 멈춘 것은 두 번째 공연단인 미국 연화팀의 공연이 끝나서 그런 것이었고, 내가 공연이 끝난 줄 알고 뒤돌아서서 가고 있을 때 다시 소리가 난 것은 마지막 공연단인 한국 연화팀의 공연이 시작되어서 그런 것이었다.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다시 조금 전과 같이 복잡한 상황이 돼 버렸다. 버스를 타야 하나 지하철을 타야 하나 하다가 걷는 시간만 늘이고 말았다. 아무런 소득 없이 고생만 잔뜩한 <세계 불꽃 축제>. 내년에는 절대로 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만 잔뜩 품게 됐다. 몸이 고단해서였는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깜빡 잠까지 들고 말았다.


다음 지도는 지난 토요일 밤 여의도 근처에서 돌아다녔던 동선을 그린 것이다. 다시 지도를 펼쳐 놓고 보니 차라리 마포역에서 내려서 마포대교를 통해 여의도로 건넜더라면 다리 위에서 아름다운 불꽃을 멀리에서나마 볼 수 있지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모르지. 다리 위에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서 그 속에서 고생만 했을지. 아무튼, 지난 일에 대한 아쉬움은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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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 지도와 맞추어 구글 어스(Google Earth)에서도 동일한 위치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알게된 사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지도와 구글 어스에서 제공한 지도에서 보이는 지형이 조금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서강대교 아래에 있는 밤섬의 모양이었다. 혹시 네이버 지도에서 강 수위가 높아졌을 때의 섬을 그린 것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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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사람들한테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행사는 아예 일찌감치 출발하거나, 아니면 아예 가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