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이상한가? 자칫하면 코미디 프로그램 비평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 나는 드라마는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뉴스 아니면 쇼 프로그램이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폭소클럽>. 본격 스탠드업을 지향한다는 폭소클럽. 자극적이거나 순간 순간의 애들립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여타 코미디 프로그램과는 달리 조금은 더 생각하게 하는 꼭지가 많은 것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추측컨대, <개그콘서트>나 <웃찾사>보다는 시청자의 연령이 조금 더 높을 것 같다. 예전에 참 인상적이었던 꼭지가 (정확한 꼭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였다. 정철규씨가 군생활을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신하던 시절,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던 꼭지.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스며 든 외국인에 대한 수많은 편견에 대해 웃음을 제공했고 동시에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된 꼭지였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단일 민족"이라는 단어를 동원한 구호나 광고가 숱하게 남아 있다. 이미 명백히 허구임이 밝혀졌지만 이는 무의식 중에 우리 정서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마치 잔잔한 호수 바닥을 막대로 저으면 바닥의 흙이 부유물로 떠오르는 것처럼, ("국가적"이 아닌) "민족적" 이슈에 반응하여 급속히 달아 오르곤 한다. 합법적이건, 불법적이건,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좋은 꼭지였기에 꼭지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아쉬웠다.


그리고 얼마 후, "바퀴 달린 사나이"가 나타났다. 어릴 때 교통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박대운씨가 그 주인공이다. 스페셜 섹션이라는 말에 처음 한 두 주만 나오고 그만 끝나버리나 했었는데, 이제 한 자리를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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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가는 얘기처럼 이런 저런 말을 던지고 가는데, 그런 말 하나 하나가 나에게는 역시나 생소한 것들이다.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에 장애인 시설이 없어 친구들 도움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 학교측에서 배려한 덕택에 졸업할 때까지 1층에 있는 교실을 쓸 수 있었는데 운이 없었던지 교장실 바로 옆이었다던지, 휠체어만으로 유럽 횡단을 했다던지···.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도 되고, 자신의 환경을 탓하는 나에게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박대운씨, 참 멋진 사람이다. 나중에라도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같이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



P.S.
2005년 8월 22일 방송에서 박대운씨가 남긴 말.
"편견은 작은 구멍입니다. 그 구멍으로 구름낀 하늘만 보면 언제나 비가 올 것 같지만 언젠가는 태양이 다시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