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발견한 마차

PUBLISHED 2007. 9. 16. 13:45
POSTED IN 떠나기/대한민국
일기예보에서 주말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주말 날씨에 대해 걱정이 조금 있었다. 게다가 금요일 밤에는 장대비가 쏟아져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여서 그러한 걱정이 현실이 되나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전,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쳤다. 그래서 나들이 한번 하기로 했다. 점심 식사 후 인사동과 청계천 쪽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인사동에서 이것 저것 길거리에 널린 물건들도 구경하고 또 지나가는 사람들도 쳐다보다가 낙원 상가에서 청계천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앗! 이것이 무엇인가! 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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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이것이 손님들을 태우고 청계천 일대를 한 바퀴를 도는 마차임을 알 수 있었다. 깔끔하게 흰색으로 도색된 모습이 이 마차가 운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편 언뜻 든 생각에는 과연 저 마차에 손님이 타기는 하는 걸까 하는 거였다. 청계천 일대라 해 봐야 걸어 다니면서 천천히 둘러 봐도 되는 건데, 저기에 과연 손님들이 얼마나 탈런지 의문이었다.

그런 의문을 뒤로 하고 청계천 쪽으로 나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피곤해져서 창밖이 보이는 실내에 들어가 쉬고 있는데, 아니 웬걸,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제법 많은 것 아니겠는가! 가만히 보니 연인이나 친구 사이로 보이는 승객은 아무도 없고 보통은 어린이가 한 두 명 포함된 가족 단위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걸어서 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기도 할 테고, 또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 보며 놀 수 있다는 게 색다른 추억도 될 테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법도 하다. 게다가 마부(?) 아저씨는 더 많은 승객을 태워 수입을 늘릴 수 있으니 그것도 즐거운 일일 테고. 이건 마치 어린이 영화가 개봉하면 온 식구가, 아니면 적어도 그 아이의 부모라도 가서 함께 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다. 어린이 마케팅인가. 아무튼 이렇게 사람들이 타고 다니면 죽어나는 건 저 불쌍한 말 밖에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마차가 두 대 정도인가 했는데,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지켜 보니 마차의 숫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흰색 복장을 갖추신 분이 두 분 계셨는데, 이내 그분들은 사라지시고 검은색 복장을 갖춘 분이 두 사람 나타났다. 내가 앉아 있던 곳이 마차가 여행하는 경로의 종점이나 반환점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떤 마차는 그곳에서 가만히 서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마차는 그곳에서 유턴을 해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여기 말고 다른 곳에 또 다른 종점이 있어서 양쪽에서 출발한 마차가 상대 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모양이다.


다녀온 후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올해 6월 초 청계천에서 '차 없는 날'을 이용한 마차 시범 운행을 시작했고(링크된 기사 원문을 보면 마차가 유턴하는 장면이 보이는데, 저곳은 한화그룹 건물 맞은편 지역으로 어제 내가 앉아 있던 곳이다), 6월 10일 경 운행을 시작한 모양이다. 운행 시간은 약 5분, 가격은 한 사람 당 5천원 정도라니, 나처럼 다리가 튼튼한 사람은 그냥 걸어서 구경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사진은 2005년 10월, 캐나다(Canada) 몬트리올(Montreal)에 갔을 때 거기에서 발견한 관광 마차이다. 들여다 보면 청계천에서 발견한 마차와 형태는 동일하다. 다만 청계천의 마차에 비해 좀 더 낡은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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